덧셈보다 뺄셈이 중요하단다

"뭐하고 있었니?"
"수학 숙제요. 다 끝났어요.
수학 같은 걸 왜 배우는지 모르겠어요.
어렵고 짜증나고 재미도 없고…….
수학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알고 보면 수학은 아름다운 깨달음이란다.
어차피 잊을 테지만 한번 들어보겠니?"
할머니의 진한 눈동자가 보인다.
할머니 눈이 이렇게 맑았던가?
"아뇨. 저는 잊지 않을 거예요.
제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아시면서……."
할머니가 내 손목을 잡아서 침대로 이끄신다.
"수학은 삶이야. 사칙연산을 봐라.
제일 먼저 덧셈.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족한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더하게 되지.
그래서 조금씩 발전하는 거야.
배울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누구한테서든
덧셈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단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그리고 뺄셈. 뺄셈이 정말 중요하단다."
"욕심을 빼는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꾸 더하려고만 해.
불안하고 두려워서 말이야."
"뭐가 두려운데요?"
"패배하는 것. 낙오자가 될까봐 두려워하지.
그 두려움 때문에 자꾸 이것저것 더하고,
필요 없는 것들까지 같다 붙인단다.
아는 척, 고상한 척, 있는 척, 예쁜 척,
허영심과 허위의식, 강박증 같은 것들 말이야.
그렇지만 정말 슬픈 사실은 그런 거짓 덧셈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자기 혼자밖에 없다는 점이지.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거야."
할머니가 내 배를 톡톡 두드려주신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남들은 남들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야.
이 세상은 원래 재미있는 곳이란다.
우리는 남들한테 이기거나 지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내 몫만큼 즐겁게 살려고 온 것이지."

『재미

(
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Posted by 아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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