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써운 한파가 기승인 요즈음,

꽁꽁닫힌 베란다 창문사이로

구슬피 밤고양이가 울어댑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밤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참으로 거칠고 괴기합니다...

배고픔때문에 우는 것인지, 외로움에 우는 것인지,

세상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려 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대시절에는 유난히도 밤고양이들의 울음소리를 많이 들었고,

신참시절엔 그 덕분에 많이도 밤잠을 설쳤었더랬죠.

 

충남 논산에서 군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에겐

특별히 군생활의 고생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일명 줄을 잘섰다라고나 할까요...

논산훈련소 훈련병으로 입대를 한후,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다시 자대 배치를 논산 모연대 인사행정병으로 받았었고,

부대로 들어가보니, 내 바로 윗 고참은 상병 말호봉이였습니다.

까마득한 계급차이에 처음엔 몹시 당황하였으나,

몇달 지나고보니 윗 고참이 제대한후 

겨우 상병으로 진급한 나는

경이롭게도 내무실장이되어 있었더랬죠.

덕분에, 아무런 눈치안보며 군 생활을 할수있었었고,

돌이켜 보자면, 군 생활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훈련병 시절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낯선 환경이 힘들었었고, 그 환경에 적응하려 무던히도 몸부림쳤었고,

비로소 남자들만의 전우애란 것을 훈련병시절 그때 처음 알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빠듯하고 힘들었던 6주간의 신병교육을 마치고, 

부모님과의 재회가 있던 손꼽아 기다리던 훈련소의 퇴소식이 있는 날.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내 머리속엔 

그때 그 순간의 "통닭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훈련병시절 가장 먹고싶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짜장면과 통닭이였죠.

어머님은 그런 내 마음을 잘 알고계셨는지, 

통닭을 종류별로 세마리나 사오셨고,

(그 당시는 종류별이라 해보았자, 후라이드,

양념,전기구이가 전부였답니다.)

양손에 닭다리를 쥐고 신나게 먹어대며 즐거워하던 

그 순간이 벌써 많은 시간으로 지나버렸네요.

그런데 분명히 기억을 하는 것은 

퇴소식에 여기저기 그렇게 많은 통닭이 있었는데도, 

어머니께선 닭다리를 절대 드시지않으셨었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아주 어렸을 적, 

개인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종종 밤늦게 들어오시곤하셨답니다.

밤늦게 들어오실적엔, 늘상 약주 한잔을 하시고는 

저 멀리서부터 호탕하게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부르시면서

한손엔 통닭 봉지 혹은, 아이스크림을 항상 사오시곤 하셨죠.

어렸었지만, 잠자리에 들어서도 

멀리서의 아버지 노랫소리와 발자국소리는

꿈을 꾸면서도 분간을 할 정도였었습니다.


그리곤 늘 집에 오셔서는 우리 삼형제를 부르시고는 일장연설을 하셨고,

우리 삼형제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버지의 일장연설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연신 통닭 혹은 아이스크림을 먹곤 하였더랬죠. 

그때의 닭다리 주인은 언제나 아버지가 하나였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 삼형제중에 돌아가면서 먹곤 하였답니다.

어머니께선 늘 곁에서 

"닭다리는 무슨 맛으로 먹노"라고 하시며

몸통살만 드시곤 하셨답니다...

 

얼마전 일요일 점심때의 일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날 점심으로 안동찜닭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집 근처 닭집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시켰습니다.

잠시후 배달이 도착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닭다리를 드시는 것이였습니다.

여지껏 우리 어머니께서 닭다리를 드시는 모습을 본것은 

그때가 처음이였습니다.

조금 의아해서, 어리석게도 여쭤보았습니다.

 

" 엄마 닭다리 안좋아하지않나?" 라며....

 

내가봐도 한심하고 바보같은 질문이였지만, 

여지껏 한번도 어머니께서 닭다리를 드시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여쭤보게된 것이였습니다.

 

" 너그들 무그라고 안무근거지, 닭다리 싫어하는 사람이 어딘노~!" 

라며 말씀하시는 어머니...

 

예전에 G.O.D의 노래가 불현듯 생각이 나더군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부모님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고,

자식은 절대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알수없다고했던가요.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 엄마가 뭘 안드셨는지,

뭘 안좋아하신다고 하셨는지 라는 것을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마음 한켠으로는 그동안 어머니의 말을 둔하게도 곧이 곧대로만 들으며,

그런 줄로만 알았던 내자신이 바보같았지만,

내색하진 않으며, 나머지 닭다리도 슬그머니 어머니앞으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대번에 하시는 말씀이..


"닭다리는 원래 하나만 먹어야 맛있는기다~!" 

라고하시는 어머니.

그러시면서 젓가락으로 내앞에 닭다리를 놓아다 주십니다.

 

산해진미의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비싼 음식도 아니지만,

생각이 모자란 제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이제라도 어머님께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Posted by 아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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