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금은 더욱 기운까지 느껴지지만, 상큼한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던 지난 가을의 어느날.

오늘도 어김없이 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연인들의 목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하기만하고 평온하기만 한 지하철 3호선 안..

종합 운동장 역에 이르러서야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로 탑승하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시합이 있었던 모양이다.

잠잠하던 지하철 안은 이내 승리에 취한 부산 갈매기들의 흥겨운 승리소감들로가득차고
그 날의 수훈 선수, 하이라이트 장면 등의 이야기들로 가득 매워졌다.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즐기는 부산 사람들에게 있어서,승리의 프로야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이다.


내가 앉은 자리 앞으로 한 가족이 다가와 섰다.

노모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모양이다.

할머니 한분, 아이 두명과 함께한 부부...

난 할머니를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기위해 일어섰고,
할머니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목례를 해주시며 아이 두 명을 자리에 앉혔다.

할머니를 위해 일어난 자리지만, 역시나 할머니께서는 손주들이 편안하길 바라시는 모양이셨다.

그러자 다시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분이 할머니를 위해 자리를 양보할 요령으로일어서는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똑같이 미소를 지어며 감사의 목례와 함께 이번에는 며느리로 보이는여자 분에게 자리를 권하는 것이다.

그치만 부부는 할머니를 자리에 앉혔고,그렇게 할머니와 손주들은 지하철을 타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신 할머니께서는 손주들의 재롱을 보시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아이들의 손을 잡으시며 온 가족이 함께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정말 보기 좋은 광경..

  아탐과 응가...  

런데 아이들 입에서 정겨운 사투리가 들렸다.

“은다~ 내가 할끼다”

“은다. 할머니가 내 주셨다 아이가”

아이들의 손에는 야구공이 하나 들려져있었고,그것을 가지고 놀기위해서 서로 애기하는 모양이다.

“행님아. 그라믄 구경만 함 해보자”

“그래 알았데이. 함만 만져바바라”

야구공을 건내 받은 아이는 신이 나서 야구공을 들고 이리저리 구경하였고이내 곧 형으로 보이는 아이가

“이제 됬제. 그라믄 내꺼 돌리도”

“아탐~ 아탐~! 행님아 좀만 더 갖고 있자”

“그래 알았데이. 후딱보고 돌리도”

그 순간 난 내 귀에 들린 “아탐”이란 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산에 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투리 “아탐”

내가 어렸을 적엔 “아탐”이란 소리가 무척 흔한 소리였는데,
요사인 잘 들을 수 없는 사투리였고, 나 역시 잊고 지내던 사투리 였다.

"잠깐만" 이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 “아탐”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탐”이란 사투리를 들으면서 이내 곧 어린 시절, 지금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형제들과 친구들과 뛰어놀던 옛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면서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는 적이 참 많은데,오늘만큼 깊히 추억에 빠져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러면서 어릴적부터 들어온 어머니와 이모들의 "응가"란 진주 사투리가 생각이 났다.
진주사투리로 "응가"는 언니를 뜻하는 말이다.
외할머니댁에 가거나, 진주 이모들이 우리집에 놀러올때면 자연스래 많이 듣곤하던 사투리 "응가"
어릴적 "응가 응가"하던 이모들과 어머니의 대화속에서 "응가가 모꼬" 하며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던 일이 생각이난다.

어느새 한산해진 지하철 안에서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오랫만에 느껴보는 구수한 행복함이 밀려온다...

그러고보니 내일은 이모님들과 어머니가 함께 합천해인사로 1박2일 놀러를 가신다고했었지..
새벽 일찍 집에서 출발하신다고했으니, 아침에 어머니를 못볼 것도 같다.
재밌게 놀다오시라고 집에가서 용돈도 드리고, 미리 인사도 드려야겠다.

   김밥...  
소와 달리 조금 일찍 맞춰놓은 알람시계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게되었고 안방에 먼저 가보니, 어머니는 예상대로 이미 출발을 하셨었다.
참 부지런하신 분... 모쪼록 오랫만에 뵙는 이모들과함께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라면서,
언제나 그렇듯 난 물을 마시기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그런데 냉장고 문에 붙여진 포스트잇이 날 감동하게 만들었다.


머니께서 새벽에 일찍 나가실 것을 알았기에,
오늘 아침은 대충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떼울려했는데....
아니면, 그냥 우유한잔으로 떼울려했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아침밥을 굶을 아들생각에 그 이른 새벽 시간에도 김밥을 사셨나보다.
항상 전화로나, 아니면 퇴근후 집으로 들어올적엔 제일 먼저 하시는 말씀이 "밥 무근나" 이신 어머니..
어렸을 적 부터 지금까지 아침밥은 꼭 먹고 나가야한다며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아침을 꼭 챙겨주시던 어머니..
어머니께서 남기신 메모를 보고, 무심코 지나온 식탁을 쳐다보니
김밥과 초밥 그리고 완자까지 해놓으셨다.

휴...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난 어머니처럼 자식을 챙길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몸 조금 피곤하다고..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게 싫어서...
난 오랫만에 이모님들과 함께 여행가는 어머닐 배웅도 하지않았는데 말이다...
죄스런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어머니께서 해주신 김밥을  남김없이 다 먹고난후 출근할 준비를 하였다.

언제나 다짐을 하지만, 행동이 생각에 미치지못했지만,
앞으론 정말 어머니께 잘해드려야겠다.
말뿐이 아닌,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어머니의 마음 반에 반이라도 쫓아서 꼭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가족.. 가족이 바로 나의 행복의 시작이지 않을까..
Posted by 아카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