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람입니다

좋은 글 2010. 6. 25. 07:25 |

당신은 바람입니다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사람도 바람입니다.
때론 솜털처럼 때론 폭풍처럼 불어와
살갗을 건들고 마음을 흔드는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아픔과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와 비로소
내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바람입니다.
무시로 나를 흔들어 떨게 하는
모진 마력의 바람입니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
이지누 저 | 샘터사)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은 한번쯤 / 좋은생각  (0) 2010.07.04
사랑의 파동 / 에모토 마사루  (0) 2010.07.02
부엌 / 이경림  (0) 2010.07.01
하루의 탄생 / 피에르쌍소  (0) 2010.06.30
새벽거인  (0) 2010.06.28
호박벌처럼  (0) 2010.06.23
길을 잃은 것은 행운이다  (0) 2010.06.22
사람을 만나라  (0) 2010.06.21
나는 정말 부자다  (0) 2010.06.20
아빠하고 나하고…  (0) 2010.06.19
Posted by 아카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