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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해주기 / 연준혁 『사소한 차이』

아카리아 2010. 8. 22. 00:24

모르는 척해주기

그녀는 강연에서 배운 대로 단순하게 접근했다.
"남편의 무엇을 알아주고, 무엇을 모르는 척할 것인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장점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해주고,
단점에는 일절 반응을 하지 않기로 했죠."
그녀는 계속 아는 척을 할 수도 있었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이 보일 때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그렇게 조심성이 없다니까."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내 말이 그렇게 말 같지 않아?
날 무시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는 척과 모르는 척의 차이는 딱 '한 포인트'다.
딱 한 포인트만 참으면, 아는 척을 모르는 척으로
바꿔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한 포인트를 넘기지 못해서
사소한 일상을 거대한 분란으로 만들어 놓고 괴로워한다.
모르는 척하기의 대미는 체념을 통한
항구적인 평화로 마무리된다.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혹은 그녀의 단점을 절대로 뿌리째
뽑아낼 수는 없을 것이란 진실을 말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정한 뒤 미련을 깨끗하게 접고 나면,
홀가분하게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행복하게 나이 든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잘 사는 게 별건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지."
그들 역시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깨달았을 것이다.
아는 척과 모르는 척의 경계선에는,
딱 한 포인트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소한 차이
(
연준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