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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는 일 / 문태준

아카리아 2010. 7. 12. 01:05

밥상을 차리는 일

낮에 우연찮게 파랑새의 작은 둥지를 보았습니다.
둥지에는 네 마리의 파랑새 새끼가 있었습니다.
알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몸에 털이 적고 붉었습니다.
어미는 어디로 갔는지 새끼들만이
둥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미는 밥을 구하러 갔겠지요.
나는 네 마리의 새끼들을 보다가
눈물이 울컥울컥 솟았습니다.
입이 몸의 반 정도나 될 성싶게
크게 벌려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배가 고파 밥을 달라는 것이겠지요.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더군요.
어머니가 일 나간 통에 집에 홀로 남겨진,
나이 어린 아이를 보는 듯했습니다.
어미는 한참 후에야 돌아왔습니다.
길고 뾰족한 부리로 물고 온 작은 벌레를 조금조금씩
차례차례 새끼들의 입안에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어미가 밥을 먹여주는 동안에도 새끼들은 계속 울었습니다.
배가 부르기에는 아직 한참 미흡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오늘은 일찍 귀가를 했습니다.
손수 밥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밥상에 둘러앉을 아이들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머잖아 아이들은 땀에 젖은 몸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찬을 꺼내놓고, 수저를 올려놓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말간 국을 따뜻하게 덥히고
밥그릇을 꺼내두었습니다.
가장 따뜻한 밥을 고봉으로
담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느림보 마음』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